안온(安穩) · 노년과 늙어감을 쓰는 블로그

늙어간다는 것을,
연구자의 눈으로 읽습니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처음입니다. 처음 겪는 사람의 눈높이로 풀어 씁니다.

국립경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부에서 노인복지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임진섭 교수의 블로그입니다.
국립경국대학교 고령친화캠퍼스(G-AFC)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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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용구 전동침대, 사서 쓰면 보험 지원이 0원입니다 | 빌려야 나오는 돈이었습니다

2026. 9. 23. 18:00ㆍ노인복지 제도

복지용구는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면 연 160만 원까지 쓸 수 있는 급여인데, 먼저 사 버리면 그 값은 급여로 쳐 주지 않습니다.

1954년생 아버지가 지난달부터 밤에 혼자 일어나 앉지 못하게 되셨습니다.

허리를 짚고 몸을 반쯤 일으키다 다시 누우시기를 서너 번 하셨다더군요. 화장실에 가시려던 참이었습니다. 옆방에서 자던 아들이 기척을 듣고 건너가 등을 받쳐 드렸습니다.

아들은 그날 새벽에 휴대전화로 "전동침대"를 검색했습니다. 상반신이 올라가는 침대가 있더라는 겁니다. 리모컨을 누르면 등받이가 세워지니 아버지가 혼자 일어나 앉으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주말에 침대가 왔습니다. 설치 기사가 두 시간 만에 조립을 끝내고 갔고, 아들은 그 자리에서 값을 다 치렀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밤 혼자 일어나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2주쯤 뒤, 아들은 방문요양 오시는 요양보호사에게 지나가는 말로 침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요양보호사가 되물었습니다.

"그거 복지용구로 안 하셨어요?"

혹시 부모님이 올해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셨나요? 그러면 이 이야기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닙니다.

확인할 것 장기요양인정서와 함께 온 「복지용구 급여확인서」에 아버지가 이용할 수 있는 품목이 적혀 있습니다

금액 연 160만 원 한도이며 일반대상자는 그 안에서 쓴 급여비용의 15%만 냅니다(급여비용 = 공단부담금 + 본인부담금)

순서 복지용구 급여는 지정된 복지용구사업소와 계약해서 이용하는 것이고, 시중에서 먼저 사면 그 값은 급여로 계산되지 않습니다

어디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누리집의 복지용구사업소 검색, 공단 지사(1577-1000)

침대도 복지용구입니다

잠깐만요. 기저귀나 방석 같은 거 말하는 거 아니에요? 저희가 값 다 주고 산 그 침대가 거기 들어간다고요?

들어갑니다. 그것도 가장 비싼 축에 듭니다.

복지용구는 장기요양 수급자가 집에서 쓰는 용구를 보험으로 대 주는 급여입니다.

그런데 법전을 아무리 넘겨 보셔도 「복지용구」라는 말은 안 나옵니다. 법이 붙인 이름은 「기타재가급여」거든요(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 제1항 제1호 바목).

이름을 찾아가는 길이 좀 깁니다. 법은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용구」라며 대통령령으로 넘기고, 대통령령은 다시 고시로 넘깁니다. 그러다 시행규칙에 가서야 비로소 「(이하 "복지용구"라 한다)」라는 괄호가 하나 붙습니다.

그 괄호가 붙은 날이 2008년 6월 11일입니다. 1954년에 태어나신 아버지가 쉰네 살이던 해입니다. 그때는 아버지가 이 제도를 쓰실 일이 없었고, 그 조문이 아버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습니다.

법이 붙인 이름은 「기타」였다는 말입니다.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주야간보호·단기보호를 쭉 적고 나서 마지막에 그 밖의 것으로 묶어 둔 자리죠. 그런데 그 「기타」 칸에 들어 있는 품목이 스물다섯 가지입니다.

그 스물다섯 가지가 뭡니까?

이 글의 용어

복지용구: 장기요양 수급자의 일상생활과 신체활동을 돕는 용구입니다. 침대·휠체어·안전손잡이처럼 집에서 쓰는 물건들입니다

연 한도액: 복지용구에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급여비용의 상한입니다. 160만 원이고, 재가급여 월 한도액과는 따로 셉니다

복지용구 급여확인서: 공단이 「이분은 이 품목들을 쓰실 수 있습니다」라고 적어 보내는 종이입니다. 장기요양인정서와 함께 옵니다

복지용구사업소: 복지용구를 급여로 제공할 수 있게 지정된 기관입니다. 여기와 계약해야 급여가 됩니다

구입품목·대여품목: 품목마다 사는 것인지 빌리는 것인지가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사는 것(15종) — 이동변기, 목욕의자, 성인용보행기, 안전손잡이, 미끄럼방지용품, 간이변기, 지팡이, 욕창예방방석, 자세변환용구, 요실금팬티, 구강세척기, 기저귀센서, 배회감지기(태그형), 고관절보호대, 낙상알림시스템.

빌리는 것(6종) — 수동휠체어, 전동침대, 수동침대, 이동욕조, 목욕리프트, 배회감지기.

둘 중 고르는 것(4종) — 욕창예방매트리스, 경사로, 이승보조기기, 대화형 정서지원기기. (뒤의 둘은 고시에 칸만 있고 지금 등재된 제품이 없습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들이 산 전동침대는 가운데 칸, 빌리는 것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전동침대를 사비로 사는 것이 금지돼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돈 주고 사는 거야 누구든 살 수 있죠. 다만 복지용구 급여로 쓰시려면 빌리는 쪽 하나뿐이라는 뜻입니다. 사서 쓰시는 것은 그냥 아버지 물건이 됩니다.

같은 이름이 두 칸에 나오는 것도 하나 짚어 두겠습니다. 배회감지기는 빌리는 것이고, 옷이나 가방에 붙이는 태그형만 사는 것입니다.

복지용구 이용의 네 가지 핵심을 한 줄로 보여 주는 도표. 연간 160만 원 이용 한도는 재가급여 월 한도액과 별도라는 것, 시중에서 먼저 사면 영수증을 내도 소급해 돌려받을 수 없다는 것, 전동침대는 대여이고 이동변기는 구입으로 품목마다 방식이 정해져 있다는 것, 본인부담률이 일반대상자 15%로 최대 24만 원·감경대상자 6% 또는 9%로 9.6만 원에서 14.4만 원·기초생활수급자 면제 0원이라는 것이 나란히 적혀 있고, 아래에 서류 지참과 사업소 방문, 자격 조회와 계약 체결, 본인부담금만 내고 물건 수령의 3단계가 그려져 있다

복지용구 이용의 네 가지 핵심과 3단계 · 자료: 「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보건복지부고시 제2026-13호, 2026년 1월 20일 시행)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복지용구 급여제품 안내」(2026년판) · 2026년 9월 23일 확인 · 도표 제작: 노트북LM 인포그래픽

그러면 얼마나 쓸 수 있는 겁니까?

연 16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이 나오는 자리는 「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3조 제1항입니다. 「수급자 1인당 연간 160만원으로 한다」고 한 줄로 적혀 있습니다.

160만 원이요? 그럼 통장으로 들어오는 겁니까?

아닙니다. 아버지 통장으로 160만 원이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160만 원은 급여비용의 한도입니다. 급여비용이란 공단이 내는 몫과 본인이 내는 몫을 합친 금액이고, 그 합계가 한 해에 160만 원까지 인정된다는 뜻이에요. 일반대상자라면 그중 15%가 본인 몫입니다. 한도를 꽉 채워 쓰셨다면 실제로 지갑에서 나간 돈은 24만 원입니다.

본인부담률은 형편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험료를 적게 내시는 분일수록 이 15%가 9%로, 6%로 내려갑니다. 보험료 순위가 25%를 넘고 50% 이하이면 9%, 25% 이하이거나 다른 법령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이면 6%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의료급여 수급자는 아예 안 내십니다. 그러니 앞의 24만 원은 연 한도 160만 원을 다 쓰고 일반대상자로 15%를 낼 때의 금액입니다. 한도를 넘긴 부분은 여기 들어가지 않고 그 넘긴 만큼 전액을 따로 내십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이 대목에서 꼭 되묻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면 안 쓰면 그 돈은 어떻게 되느냐고요. 안 쓰면 그냥 지나갑니다. 다음 해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 종이, 이미 댁에 가 있습니다

여기가 이 글에서 제가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대목입니다.

아버지가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셨을 때 우편으로 서류가 왔을 겁니다. 장기요양인정서 한 장,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 한 장. 그리고 대개 눈길이 안 가는 세 번째 종이가 한 장 더 있습니다.

복지용구 급여확인서입니다.

공단이 인정조사 때 적은 아버지의 심신 상태를 보고, 이분이 구입하거나 대여할 수 있는 품목을 미리 정해서 이 종이에 적어 둡니다. 그리고 장기요양인정서를 보낼 때 같이 넣어 보냅니다(같은 고시 제4조 제2항·제3항).

그런 게 왔었나… 서랍 어디 있을 것 같기는 한데요.

그럴 만합니다. 지금 서랍을 한번 열어 보세요. 등급을 받은 직후에는 요양보호사를 언제부터 부를지, 한 달에 얼마가 드는지부터 급하거든요. 종이 석 장 중에 두 장은 그 답이 적혀 있고, 나머지 한 장은 무슨 말인지 모를 품목 이름이 나열돼 있습니다. 그러니 눈길이 안 가는 게 당연하죠.

그런데 아들이 새벽에 검색창을 열기 전에 이 종이를 한 번 펼쳐 봤다면, 거기 「전동침대」가 적혀 있는지 아닌지를 먼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받는 겁니까?

절차는 다섯 단계인데, 순서가 이 제도의 전부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 다섯 칸에서 꼭 둘째 칸이 막힙니다.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같은 품목을 이미 받은 적이 있으면 거기서 걸리기 때문입니다.

하나. 복지용구사업소에 갑니다. 장기요양인정서, 개인별장기요양이용계획서, 복지용구 급여확인서를 들고 갑니다.

둘. 사업소가 공단 시스템으로 조회합니다. 유효기간이 살아 있는지, 연 한도가 얼마나 남았는지, 같은 품목을 이미 받은 적이 있는지, 시설에 입소 중은 아닌지를 봅니다.

셋. 계약서를 씁니다. 두 부를 써서 한 부는 이용자가 받습니다.

넷. 본인부담금만 사업소에 내고 물건을 받습니다.

다섯. 사업소가 나머지를 공단에 청구합니다.

네 번째 단계를 보십시오. 이용자가 내는 돈은 처음부터 본인부담금뿐입니다. 전액을 냈다가 나중에 85%를 돌려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아들이 산 침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니 그래도 아버지가 쓰고 계시잖아요. 영수증도 있고 카드 내역도 있는데, 그거 들고 가서 청구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 마음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 생각부터 했을 겁니다.

그런데 고시 제2조 제1항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복지용구 급여는 (…) 복지용구사업소에 의하여 제공된다.」

한 줄짜리 문장인데 여기에 이 제도의 성격이 다 들어 있습니다.

복지용구 급여는 물건에 붙는 것이 아니라 경로에 붙습니다.

지정된 사업소가 공단에 조회하고, 계약을 맺고, 물건을 주고, 청구하는 그 경로를 지나온 것만 급여가 됩니다. 같은 제품이어도 그 경로 밖에서 온 것은 급여로 계산되지 않고, 산 뒤에 소급해서 급여로 바꾸는 절차는 고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경로만 맞으면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들이 그 침대를 사업소에서 샀더라도 결과는 같습니다. 전동침대는 빌리는 품목이라 사는 쪽으로는 급여가 나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로가 맞아야 하고, 그 품목에 정해진 방식이 맞아야 하고, 급여확인서에 그 품목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셋이 다 맞아야 급여입니다.

그럼 저희 아버지 한도 160만 원도 날아간 겁니까?

아닙니다. 그건 그대로 있습니다.

아들이 못 받은 것은 그 침대에 붙었을 급여이지 아버지의 남은 권리가 아닙니다. 침대는 아버지가 그대로 쓰고 계시고요. 연 한도는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고, 앞으로 필요한 것은 사업소를 통해 그 한도 안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욕창예방방석도, 안전손잡이도, 미끄럼방지 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 말씀을 굳이 따로 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미 사 버렸으니 우리는 끝났다고 여기고 그 뒤로 아무것도 신청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한 번 어긋난 것을 전부 어긋난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겁니다.

연간 한도액 160만 원과 본인부담금 0~15%를 원그래프로 보여 주는 도표. 일반대상자는 실질 비용 240,000원, 감경대상자는 96,000원에서 144,000원, 기초생활수급자는 0원으로 면제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반드시 복지용구사업소에서 시작할 것, 개인 쇼핑몰에서 먼저 사면 급여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 전액 결제 후 환급받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부담금만 결제한다는 것, 전동침대는 대여만 가능하며 구입 시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이 차례로 적혀 있다. 왼쪽 아래에는 복지용구 급여확인서에 적힌 품목만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오른쪽 아래에는 지팡이는 구입이고 휠체어는 대여라는 품목 구분이 함께 놓여 있다

복지용구 급여의 핵심 원칙과 이용 절차 · 자료: 「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보건복지부고시 제2026-13호, 2026년 1월 20일 시행)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복지용구 급여제품 안내」(2026년판) · 2026년 9월 23일 확인 · 도표 제작: 노트북LM 인포그래픽(글자 두 곳은 오기여서 바로잡음)

빌리면 얼마나 드는 겁니까?

제품마다 다릅니다. 공단이 제품 하나하나에 가격을 정해 고시에 올려 두거든요.

2026년 9월 1일 시행 고시에 전동침대는 제품 85개가 올라 있습니다. 그중 소화의 SBM-210이라는 제품은 월 대여가가 66,600원으로 적혀 있습니다. 일반대상자라면 여기서 15%, 그러니까 한 달에 9,990원을 내고 쓰시는 겁니다. 열두 달을 쓰시면 급여비용이 799,200원이니 연 한도 160만 원의 절반이 채 안 됩니다.

비싼 쪽도 있습니다. 같은 고시에서 솔고실버서플라이의 FBK-720N은 월 106,000원입니다. 수동휠체어는 제품 47개가 올라 있고 월 15,300원부터 50,700원까지 폭이 넓습니다.

다만 이건 그 제품의 값이지 전동침대 전체의 값이 아닙니다. 아들이 산 침대와 같은 제품인지도 알 수 없고요. 사업소에 가시면 급여확인서에 적힌 품목 안에서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보여 드립니다.

한 해 치를 한번 세어 볼까요. 아버지가 그 66,600원짜리 전동침대를 열두 달 빌리시면 급여비용이 799,200원입니다. 여기에 욕창예방방석을 하나 사신다고 해 보죠. 같은 고시에 욕창예방방석은 제품 25개가 올라 있고 17,100원짜리부터 278,000원짜리까지 있습니다. 계산하기 쉽게 10만 원쯤 하는 것을 고르셨다고 쳐 보죠. 그러면 합계 899,200원, 연 한도 160만 원 안입니다. 일반대상자시라면 이 한 해 동안 지갑에서 나간 돈은 그 15%인 134,880원입니다.

한 달로 나누면 만 천 원이 조금 넘습니다. 아버지가 한 달에 커피 두 잔 값을 내고 전동침대와 방석을 쓰시는 셈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대여가에는 배송비와 설치·철거비, 수리비와 부품 교체료, 세정·소독비가 전부 포함돼 있습니다(「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6조 제4호). 따로 청구하지 못하게 조문에 적어 두었습니다. 설치비를 따로 달라는 곳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이 조문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목록에 있는데 못 쓰는 품목이 있습니다

앞에서 스물다섯 가지를 쭉 적어 드렸죠. 그런데 그 목록에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2026년 9월 1일 시행 「복지용구 품목별 제품목록 및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를 펴면 품목마다 등재된 제품이 몇 개인지가 적혀 있습니다. 안전손잡이는 119개, 미끄럼방지용품은 105개, 전동침대는 85개입니다.

그런데 다섯 품목은 0개입니다.

고관절보호대 0개, 낙상알림시스템 0개, 목욕리프트 0개, 이승보조기기 0개, 대화형 정서지원기기 0개. 공단이 펴낸 안내책자도 「목욕리프트, 고관절보호대, 이승보조기기는 현재 급여중인 제품이 없습니다」라고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0개요? 목록에 적혀 있는데 제품이 하나도 없다고요? 그럼 그건 왜 적어 놓은 겁니까?

그 물음이 맞습니다. 저도 이 목록을 처음 펼쳤을 때 그 자리에서 한참 멈춰 있었습니다.

시중에 그런 물건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급여 대상으로 등재된 제품이 없다는 뜻입니다. 품목 칸은 열려 있는데 그 칸에 들어간 제품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 거죠.

제품이 하나뿐인 품목도 셋 있습니다. 구강세척기, 기저귀센서, 배회감지기(태그형). 고를 것이 없다는 말이 여기서는 문자 그대로입니다.

복지용구 핵심 세 가지와 이용 3단계를 곡선으로 이은 도표. 왼쪽에 연간 160만 원 한도와 본인부담 15% 이하, 선결제 후환급 불가로 경로가 다르면 0원, 한도 계산의 기준일은 1월 1일이 아니라 장기요양 유효기간 시작일이라는 세 원칙이 있고, 오른쪽에 서류 확인·지정 사업소 방문과 계약·본인부담금만 결제 후 물건 수령의 3단계가 있으며, 아래에 구입 15종·대여 6종·선택 4종의 품목 분류와 각 예시가 나란히 놓여 있다

복지용구 핵심 세 원칙과 이용 3단계, 품목별 이용 방식 · 자료: 「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제2026-13호)와 「복지용구 품목별 제품목록 및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제2026-180호, 2026년 9월 1일 시행) · 2026년 9월 23일 확인 · 도표 제작: 노트북LM 인포그래픽(본인부담률 기준 표기를 바로잡음) · 도표의 선택 4종 예시에 그려진 이승보조기기는 2026년 9월 현재 등재된 제품이 0개입니다

노인복지를 연구하다 보면 이런 자리를 자주 만납니다. 제도가 먼저 칸을 만들어 두고 시장이 그 칸을 채우기를 기다리는 구조입니다. 품목이 고시에 오르는 것과 그 품목에 제품이 등재되는 것은 별개의 절차이고, 지금 이 다섯 칸은 뒤엣것이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왜 비어 있는지는 고시가 말해 주지 않습니다.

칸이 먼저 생기는 것 자체는 나쁜 설계가 아닙니다. 칸이 없으면 신청할 자리도 없으니까요. 다만 이용자 쪽에서 보면 안내 책자에는 스물다섯 가지가 적혀 있고 실제로 제품이 올라 있는 것은 스무 가지라는 뜻이 됩니다. 거기서 또 급여확인서에 적힌 품목으로 한 번 더 좁혀집니다.

한 해는 1월에 시작하지 않습니다

연 한도 160만 원에서 「연」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일까요. 이걸 1월 1일부터 12월 31일로 알고 계시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은 아버지의 장기요양인정서에 적힌 유효기간 시작일입니다. 등급 결과를 받으신 날이 아니라 그 종이에 적힌 개시일이고, 정확히는 최초 장기요양인정 유효기간이 시작된 날부터 매 1년입니다(「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 제3조 제2항).

아버지의 유효기간이 3월 10일에 시작됐다면 아버지의 한 해는 그해 3월 10일부터 이듬해 3월 9일까지입니다. 12월 31일이 지나도 한도는 그대로 이어지고, 이듬해 3월 10일에 새로 시작됩니다.

그럼 연말에 몰아서 쓰면 안 되는 거네요?

연말이라는 말 자체가 사람마다 다른 날이 됩니다. 아버지의 연말은 3월 9일입니다.

한 가지만 구분해 두시면 됩니다. 한도를 세는 한 해는 이렇게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여료를 계산하는 한 달은 모두에게 똑같이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입니다(같은 고시 제6조 제2호. 위의 급여범위 고시입니다). 달 중간에 빌리기 시작하셨으면 그 달은 날짜로 계산하는데, 연속해서 빌린 날이 15일이 안 되면 15일치로 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못 씁니다

그럼 아버지가 요양원에 들어가시거나 병원에 입원하시면 빌린 침대는 어떻게 됩니까?

그 질문을 꼭 하셔야 합니다. 세 가지가 걸립니다.

요양원에 들어가시면 못 씁니다. 시설급여를 받는 동안에는 재가급여를 제공할 수 없고 복지용구는 재가급여이기 때문입니다(「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 제4조 제3호).

병원에 입원하시면 침대·욕조 계열은 못 씁니다. 전동침대·수동침대·이동욕조·목욕리프트가 여기 해당합니다(목욕리프트는 앞에서 보신 0개 품목입니다). 다만 빌려 쓰던 중에 입원하신 경우에는 입원 기간 중 최대 15일까지는 대여가격을 산정합니다. 입원하자마자 반납하러 뛰어가지 않으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인정서에 표시가 없으면 못 씁니다. 장기요양인정서에 재가급여 또는 가족요양비 지급대상자로 표시돼 있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들이 고른 물건은 맞았습니다

아들이 한 일은 이렇습니다.

아버지가 밤에 일어나 앉지 못하시는 것을 보았고, 그날 새벽에 방법을 찾았고, 주말에 침대를 들여놓았습니다. 아버지는 그 침대로 혼자 일어나 앉으십니다. 아들이 틀린 판단을 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물건을 정확히 골랐습니다.

어긋난 것은 순서와 방식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필요한 물건을 먼저 사고 나서 값을 돌려받는 방식이 아닙니다. 쓸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품목에 정해진 방식대로, 정해진 곳과 계약해서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아들은 두 군데서 어긋났습니다. 확인보다 구입이 먼저였고, 빌려야 하는 물건을 샀습니다. 이것이 서류 한 장 차이가 아니라 제도를 만든 방식의 차이입니다.

아버지의 전동침대로 좁혀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그 침대는 복지용구사업소에서 빌려 쓰셔야 급여가 나가고, 사서 쓰시면 어디서 사시든 지원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제도에서 정말로 먼저 봐야 하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종이 한 장입니다.

등급을 받으신 지 얼마 안 되셨다면, 오늘 저녁에 그 봉투를 한 번 찾아보세요. 장기요양인정서 뒤에 한 장이 더 붙어 있을 겁니다. 거기 적힌 품목 이름들이 지금은 낯설어도, 아버지가 다음에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실 때 그 목록이 답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아들은 그 종이를 결국 찾아냈습니다. 서랍 맨 아래 칸, 인정서와 같은 봉투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복지용구 이용에서 놓치기 쉬운 세 가지를 보여 주는 도표. 연 한도 160만 원에 본인부담 15%이며 일반대상자가 한도를 꽉 채워 써도 실제로 내는 돈은 24만 원이라는 것, 시중에서 먼저 사면 환급이 안 되고 반드시 지정된 복지용구사업소와 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급여가 적용된다는 것, 연 한도의 기준일이 1월 1일이 아니라 개인별 장기요양인정 유효기간 시작일이며 그날부터 매 1년 단위로 갱신된다는 것이 각각 그림과 함께 적혀 있다

연 한도 160만 원과 기준일, 그리고 선구매 시 환급 불가 · 자료: 「복지용구 급여범위 및 급여기준 등에 관한 고시」(보건복지부고시 제2026-13호, 2026년 1월 20일 시행) 제2조·제3조 · 2026년 9월 23일 확인 · 도표 제작: 노트북LM 인포그래픽(글자 세 곳은 오기여서 바로잡음)

Q : 이미 산 복지용구를 나중에 급여로 바꿀 수 있습니까? A : 없습니다. 복지용구 급여는 복지용구사업소가 제공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고(고시 제2조 제1항), 시중에서 직접 구입한 것을 소급해 급여로 인정하는 절차는 고시에 없습니다. 다만 그 때문에 남은 연 한도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Q : 급여확인서에 없는 품목은 아예 못 씁니까? A : 지금은 못 씁니다. 공단이 인정조사표에 적힌 심신 상태를 보고 품목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태가 바뀌셨다면 「복지용구 추가급여 신청서」를 공단에 내시면 다시 정할 수 있고, 공단이 확인한 뒤 급여확인서를 새로 보내 줍니다(고시 제4조 제4항).

Q : 사는 것과 빌리는 것을 제가 고를 수 있습니까? A : 대부분은 못 고릅니다. 품목마다 구입인지 대여인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고르실 수 있는 칸은 욕창예방매트리스, 경사로, 이승보조기기, 대화형 정서지원기기 네 품목인데, 이 가운데 뒤의 둘은 앞에서 보신 것처럼 등재된 제품이 0개입니다. 그러니 지금 실제로 고르실 수 있는 것은 욕창예방매트리스와 경사로, 둘입니다.

Q : 고를 수 있는 품목은 사는 게 낫습니까, 빌리는 게 낫습니까? A : 쓰실 기간에 달려 있습니다. 고시에 구입가 139,000원, 월 대여가 11,600원으로 함께 올라 있는 욕창예방매트리스가 하나 있는데, 이 제품은 열두 달 치 대여료를 더하면 139,200원이 되어 그 시점부터 구입가를 넘어섭니다. 사용 가능 햇수 3년을 꽉 채우시면 417,600원으로 구입가의 약 세 배가 됩니다. 짧게 쓰실 것 같으면 대여가, 오래 쓰실 것 같으면 구입이 유리합니다. 다만 이 계산은 그 한 제품의 값으로 한 것이고 제품마다 값이 다릅니다. 참고로 이 품목은 구입과 대여를 동시에 하실 수는 없습니다.

Q : 대여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값이 계속 나갑니까? A : 아닙니다. 사망일 다음 날부터 최대 7일까지만 산정합니다(고시 제6조 제6호).

Q : 사업소가 그 품목은 저희가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A : 그렇게 하실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복지용구사업소는 급여품목 전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구입이나 대여 요청을 받으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고시 제5조 제1호에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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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섭 교수(국립경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부 · 국립경국대학교 고령친화캠퍼스(G-AFC)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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